이번 편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어머니가 그동안 밴드에 정성껏 올려두셨던 사진과 글이 어느 날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하셨거든요. 사진첩까지 함께 지워진 걸 아신 순간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그날 다랑쉬오름 분화구가 유독 황홀했다고 하셨는데, 그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다고 하셨어요. 다행히 화질이 조금 아쉬워 따로 빼두셨던 몇 컷이 남아있어, 그 사진들로 2021년 4월 29일의 이야기를 이어봅니다.
1. 산철쭉이 반겨준 다랑쉬오름 계단길
281번 버스로 교래입구까지 간 뒤 212번으로 환승, 다랑쉬오름 정류장에서 내려 2.1km를 걸어 들어간 곳. 오르는 계단 초입부터 색이 고운 산철쭉이 활짝 피어 있어, 힘든 줄도 모르고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계단을 오르며 고개를 돌리면 맞은편으로 아끈다랑쉬오름의 나지막한 능선이 함께 눈에 들어왔습니다.

▲ 진달래(산철쭉) 사이를 걷는 어머니

▲ 산철쭉 핀 계단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아버지
2. 소사나무 군락과 일곱 개의 오름
다랑쉬오름 둘레길에는 소사나무 군락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둘레길에서는 손지오름, 백약이오름, 높은오름, 안돌오름, 체오름, 말미오름, 지미봉까지 무려 일곱 개의 오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하니, 제주의 오름 지형이 얼마나 겹겹이 이어져 있는지 새삼 느껴집니다.
3. 달을 닮은 분화구, 다랑쉬오름 정상
'다랑쉬'라는 이름은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정상에 오른 두 분은 그 둥근 분화구를 한참 내려다보셨다는데, 어머니는 이 풍경이 너무 황홀해서 사진을 정말 많이 남기셨다고 해요. 안타깝게도 그 사진들 대부분이 유실되었지만, 남아있는 몇 장만으로도 그날의 감동이 충분히 전해집니다.

▲ '다랑쉬 오름의 경관' 안내판 앞에서 오름들을 짚어보는 아버지

▲ 다랑쉬오름 정상, 둥근 분화구를 배경으로 만세를 하신 어머니

▲ 분화구를 배경으로 엄지척 포즈를 취한 아버지
4. 작은 동생, 아끈다랑쉬오름
다랑쉬오름 옆에는 이름 그대로 '작은 다랑쉬'라는 뜻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억새로 뒤덮인 분화구가 인상적인 이곳에서, 두 분은 다랑쉬오름을 마주 보며 또 다른 각도의 풍경을 즐기셨습니다. 하산길에 돌아본 아끈다랑쉬오름의 분화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 아끈다랑쉬오름 이용 안내판과 오름 전경

▲ 억새 사이 오솔길을 걷는 아버지
5. 걸음을 멈추게 한 다랑쉬굴
이어서 들른 곳은 제주 4·3 유적지인 다랑쉬굴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오름 풍경 사이로 마주한 이 역사의 현장 앞에서, 두 분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숙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 제주4·3유적지(다랑쉬굴 입구) 표지판

▲ 다랑쉬굴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
6. 손지오름(손자봉)에서의 마무리
마지막 코스는 손지오름, 다른 이름으로 손자봉이었습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오르며, 오늘 하루 걸어온 오름들을 다시 한번 눈에 담으셨다고 합니다.

▲ 흙길 능선을 따라 손지오름으로 오르는 아버지

▲ 삼나무 숲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손지오름 초입 산책로

▲ 손자봉(손지오름) 표지판

▲ 손지오름에서 바라본 탁 트인 오름 전경
이날의 한마디
"사진이 다 날아가서 속상하긴 한데, 그래도 몇 장이라도 남아서 다행이야." — 어머니
📌 코스 정보 & 요약
- 일시: 2021년 4월 29일 (목)
- 버스편: 281번(청소년문화의집 승차) → 교래입구 하차 → 212번 환승(비자림·교래입구·성산항 방면) → 다랑쉬오름 하차 → 도보 2.1km
- 코스: 다랑쉬오름 → 아끈다랑쉬오름 → 다랑쉬굴(4·3 유적지) → 손지오름(손자봉)
- 난이도: ★★☆☆☆ (계단 구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무난한 오름 트레킹)
- 편의시설: 다랑쉬오름 입구에 무료 주차장·화장실·탐방안내소 있음. 아끈다랑쉬오름·손지오름은 별도 편의시설이 없어 다랑쉬오름 주차장을 기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함
- 주변 맛집: 청파식당횟집(고등어회), 재연식당(생선구이), 가는곶 세화(감자빵 베이커리)
시니어를 위한 이 코스만의 팁
- 계단 구간 대비: 다랑쉬오름 초입은 계단이 이어지므로 등산스틱이 있으면 무릎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오름 4곳을 하루에: 다랑쉬오름·아끈다랑쉬오름·다랑쉬굴·손지오름까지 이어 걷는 코스라 체력 안배가 필요합니다. 무리되면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가 됩니다.
- 다랑쉬굴 방문 시: 역사적 아픔이 담긴 장소이니 조용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 준비물 실사용 후기
- 스마트폰 백업: 이번 일로 가장 크게 배운 교훈입니다. 밴드나 SNS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진은 클라우드나 별도 저장소에도 백업해두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셨다고 합니다.
- 모자: 오름 능선은 그늘이 거의 없어 챙 넓은 모자가 요긴했습니다.
💬 아들의 질문 코너
Q. 사진을 많이 잃어버려서 아쉬웠을 텐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A. (어머니) "다랑쉬오름 정상에서 본 그 둥근 분화구는 눈감아도 선하지. 사진이 없어도 마음엔 남아있어."
🏔️ 제주 한라산·오름 총정리 - 부모님이 직접 걸어본 24개 코스 (전체 시리즈 정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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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진들 속에서도 남겨진 몇 장의 기록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 하루였습니다. 앞으로는 사진 백업도 꼭 챙기시기로 하셨으니, 다음 여정부터는 더 많은 순간을 안전하게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포스팅이 다랑쉬오름이나 제주 동부 오름 트레킹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글이 도움 되셨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리며, 다음 여정이 궁금하시다면 블로그 구독도 잊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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