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4일 금요일, 부모님께서는 지인 부부와 함께 한라산 영실에서 출발해 윗세오름, 남벽분기점을 지나 돈내코까지 걸으셨습니다. 영실에서 돈내코까지는 한라산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긴 코스로, 지금까지의 기록 중에서도 손꼽히게 먼 거리였습니다. 흐린 하늘로 시작했지만 윗세오름을 넘어서면서 거짓말처럼 맑게 갰고, 백록담 남벽의 웅장한 암벽과 만개한 철쭉을 함께 마주한 하루였습니다.
1. 영실전망대에서 만난 첫 풍경
구름이 낮게 깔린 아침, 영실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오름 능선 너머로 제주 시내와 바다가 흐릿하게 펼쳐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 능선이 이 코스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겼습니다.

▲ 영실전망대에서 바라본 첫 풍경
바람에 시달려 하얗게 마른 구상나무 고사목 사이로 진달래가 점점이 피어 있었습니다.

▲ 고사목과 진달래가 뒤섞인 영실 능선
2. 영실에서 윗세오름으로, 아버지의 발걸음
목재 계단 중턱에서 뒤를 돌아보며 웃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줄무늬 반팔에 장갑을 낀 채, 계단 양옆으로 흐드러진 진달래를 지나고 계셨습니다. 이 구간부터 이미 상당한 오르막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뒤돌아보며 웃는 모습에서 힘든 기색보다는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 계단 중턱에서 뒤돌아보며 웃는 아버지
진달래가 핀 목재 데크길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 진달래 핀 목재 데크길에서 포즈를 취하신 아버지
3. 지인 부부와 함께, 활짝 핀 철쭉길
이번 산행은 부모님 두 분만이 아니라 지인 부부와 함께한 여정이었습니다. 목재 데크 위에서 지인 부부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촬영을 남겼습니다. 네 분이 함께 걸었기에 힘든 오르막도 서로 이야기 나누며 훨씬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 지인 부부가 데크길 위에서 다정하게 기념촬영
철쭉밭 한가운데서는 아버지가 두 손 엄지를 치켜든 익살스러운 포즈를 남기셨습니다.

▲ 만개한 철쭉 사이에서 엄지척 포즈를 취한 아버지
4. 윗세오름, 해발 1700m
영실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드러난 순간, 지인 부부가 윗세오름 정상석 앞에서 브이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남겼습니다. 흐린 아침과 화창한 오후가 마치 두 번의 산행을 이어 붙인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윗세오름 정상석(해발 1700M) 앞에서 지인 부부의 기념촬영
5. 백록담 남벽을 마주하며
윗세오름을 지나면서부터 백록담 남벽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목재 전망대에서 마주한 암벽 아래로는 철쭉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암벽이 보이는 각도가 조금씩 달라져, 매 순간 다른 표정을 짓는 산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전망대에서 마주한 백록담 남벽
6. 철쭉길을 걸어 남벽분기점으로
철쭉이 양옆으로 늘어선 돌길을 아버지와 지인 부부, 세 분이 나란히 걸으셨습니다. 저 멀리 바다가 아득하게 보였습니다. 능선 전체를 물들인 철쭉 군락도 여러 장 담겨 있었는데, 이날 산행에서 가장 화려했던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 철쭉길을 나란히 걷는 아버지와 지인 부부
능선 전체를 물들인 철쭉 군락도 여러 장 담겨 있었습니다.

▲ 능선을 가득 채운 철쭉 군락
7. 남벽분기점, 넷이 함께
남벽분기점에 도착해서야 부모님과 지인 부부 네 분이 한자리에 모인 사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내판 앞에 나란히 서서 찍은 이 단체사진 뒤로는 백록담 남벽의 거대한 암벽이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네 분 모두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어, 여기까지 함께 도착했다는 반가움이 크게 느껴지는 사진이었습니다.

▲ 부모님과 지인 부부, 네 분 모두가 남벽분기점 안내판 앞에 모였다
이정표석에는 "돈내코 6.71km, 남벽분기점 0.29k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남벽분기점 인근의 이정표석
8. 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로
남벽분기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서귀포 바다를 마주 보며 걷는 능선길이 이어졌습니다. 작은 산장을 지나 데크길을 걸어 내려가는 일행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 능선 위 작은 산장을 지나 데크길을 걸어 내려가는 일행
돈네코까지 4km 남았다는 이정표 앞에서는 부모님 두 분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남았습니다. 아버지는 장난스레 엄지척 포즈를, 어머니는 이정표에 살짝 기대어 웃고 계셨습니다.

▲ "돈네크 4.0km" 이정표석 앞에서 부모님의 기념촬영
9. 넓은드르전망대에서
숲길을 한참 내려오면 넓은드르전망대가 나옵니다. 나무 사이로 트인 이곳에서는 서귀포 시가지와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마주했던 남벽의 웅장함과는 또 다른,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하산길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 넓은드르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귀포 앞바다
벚나무류 보존원 근처 전망대에서는 보이는 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표시한 안내판도 만났습니다.

▲ 벚나무류 보존원 근처 전망대의 안내판
10. 돈내코, 하루의 마무리
숲길을 다 내려오자 "돈내코관리사무소"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영실에서 시작해 윗세오름, 남벽분기점을 지나 돈내코까지, 하루 만에 한라산을 가로지른 긴 여정의 종착지였습니다. 흐린 아침에 시작해 맑은 오후를 지나 다시 숲 그늘로 돌아오기까지, 하루 안에 이렇게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내셨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했습니다.

▲ 돈내코관리사무소를 알리는 이정표, 긴 하루 산행의 종착점
이날의 한마디
"영실에서 시작할 땐 흐려서 걱정했는데, 윗세오름 넘어가니까 하늘이 활짝 개더라고. 남벽 보면서 다들 말을 잃었지." — 아버지
📌 코스 정보 & 요약
- 일시: 2021년 6월 4일 (금)
- 장소: 한라산국립공원, 영실 - 윗세오름 - 남벽분기점 - 돈내코 (서귀포시)
- 코스 개요: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분기점까지 5.8km, 남벽분기점에서 돈내코까지 7km, 총 약 12.8km를 걸었습니다. 소요시간은 휴식 포함 약 6~7시간입니다.
- 동행: 부모님 + 지인 부부
- 난이도: ★★★★☆ (남벽분기점 이후 급경사 내리막과 장거리 구간이 있는 상급 코스)
- 입산·하산 통제시간(하절기 기준): 영실 탐방로 입구 15:00부터 입산 제한, 윗세오름안내소 14:00부터 남벽분기점·돈내코 방향 하산 제한
- 대중교통: 부모님은 청소년문화의집 정류장에서 출발하셨습니다. 서귀포 시내버스로 서귀포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240번 간선버스로 환승해 영실입구(영실매표소)에서 하차하는 경로입니다. 하산 후 돈내코에서는 281번 버스 또는 서귀포 시내 택시(약 20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주차: 영실매표소 주차장(무료), 성수기·주말에는 만차 시 도보 이동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주변 맛집: 돈내코 손두부(순두부찌개 전문), 요망진흑돼지 — 하산 후 들르기 좋은 돈내코 인근 식당입니다.
시니어를 위한 이 코스만의 팁
- 급수 준비: 윗세오름 이후 남벽분기점~돈내코 구간은 매점과 급수시설이 없습니다. 최소 2L 이상의 물을 준비하세요.
- 무릎 보호: 남벽분기점 이후 돈내코 방향은 내리막 경사와 돌길이 길게 이어져 스틱과 무릎보호대가 큰 도움이 됩니다.
- 통제시간 엄수: 오전 일찍 출발해 입산·하산 통제시간에 여유 있게 맞추는 것이 안전합니다.
🎒 준비물 실사용 후기
- 모자와 선글라스: 윗세오름 이후 그늘이 거의 없어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가 요긴했습니다.
- 장갑: 계단 난간과 로프를 자주 잡아야 하는 구간이 많아 손이 한결 편했다고 하셨습니다.
- 등산화: 남벽분기점 이후 돌길이 많은 구간에서 발목을 지지해주는 등산화가 특히 유용했습니다.
💬 아들의 질문 코너
Q. 이번엔 지인 부부와 함께하셨던데, 어떠셨어요?
A. (아버지) "넷이 걸으니까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힘든 구간도 이야기하면서 지나가니 훨씬 수월했지."
Q. 남벽분기점까지 갔다가 어디로 내려오셨어요?
A. (어머니) "돈내코 쪽으로 쭉 내려왔어. 다리는 아팠지만 철쭉이랑 남벽을 실컷 봐서 힘든 줄도 몰랐지."
🏔️ 제주 한라산·오름 총정리 - 부모님이 직접 걸어본 24개 코스 (전체 시리즈 정리편)
◀ 이전 이야기 - 올레7코스 (2) - 외돌개부터 이중섭거리, 자구리공원까지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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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로 시작했지만 윗세오름을 넘어서며 맑게 갠 하루, 그리고 백록담 남벽 앞에서 네 분이 함께 모인 사진 한 장. 영실에서 돈내코까지 긴 발걸음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응원과 공감, 구독으로 부모님의 다음 발걸음도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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